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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전시실 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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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수아비 작성일 2021-06-05 16:35 조회 3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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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딸이라는 이유로 타인과 비교되었고 남아에 대한 차별에서 비롯된 열등감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자각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 일들이었기에 그것이 당연한 줄만 알았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소중한 하나의 생명체였음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내 그림에 등장하는 돌들은 어머니가 산비탈 밭을 일구려 밭 가운데 골라 쌓아놓았던 거무튀튀한 돌무더기에서 착안한 것이다. 어머니가 밭을 일구는 동안 나와 동생들은 종일 그 돌무더기에서 놀곤 했다. 어린 나에게 불안과 아픔을 주었던 부모님의 삶, 거기서 시작된 복잡한 감정들은 지금 고스란히 내 무의식에 남아 있다. 나는 그것들을 끄집어내 그림 위에 풀어놓고 싶었다. 나는 나의 개인사적 이야기를 그림에 담으면서 그 시절 우리 사회에 팽배했던 남아선호사상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불합리성과 폐단에 대해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왜냐면 이것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작업은 어린 시절의 아픈 ‘나’에 대한 충분한 애도의 과정이고 치유의 여정이었다. 상처의 그림자를 끌고 다니다 더 큰 어둠을 만나면 그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인 경험을 평면 위에 상징적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관람객이 작가가 의도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사실 작가의 의도를 꼭 알 필요는 없다. 다만 지금도 어디선가 자신의 아픈 그림자를 안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이 어둠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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